모래 섞인 바람이 텁텁하게 불었다. 덜 닦인 물방울들이 촘촘한 속눈썹에 엉겨붙어있다. 조앤에겐 폐 끼치지 않을게. “…..정국아.” 푹 숙인 김태형 고개가 아파보일 정도였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철저히 차단하려는 모양새. 좌초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식이었다. 등을 보이고, 초라한 걸음을 내딛는다. 무언가를 해야겠단 의지를 모조리 잃은 ...
새벽 정찰팀으로부터 이상 기류 알림이 있었고, 그건 상시 있는 일이라 해 뜨고 보고 받아도 되는 거였는데도. 그 즉시 현장으로 굳이 발걸음 한 거에, “마침 안 자고 있었어요.” 정국은 그런 말을 했고 남준은 납득 안 가는 얼굴 하면서도 넘어가 줬다. 정찰 인원 복귀한 후에도 한동안 홀로 밖에 머물다 해 뜰 때쯤 캠프로 돌아온 걸 굳이 아는 척하며 묻지 않...
타오르는 장작불. 불씨가 하나 둘 밖으로 튀고, 가까이 내려앉은 달을 향해 연기가 유려하게 휘어오른다. 굵다란 전투에서 흔히 보던 옆으로 휘몰아치는 불바다 아닌, 하늘로만 솟구치는 성대한 불꽃. 캠프는 여전히 삭막했고, 그러나 미지근한 지금의 공기엔 음악이 흐르며, 건조한 이들 사이엔 술이 오간다. 탁탁 소리 상상하는 태형은 양 팔 둘러 무릎을 안았다. 불...
얼마인지 모를 시간동안 쉼없이 길을 나아갔고, 오래된 폐공장 황무지 진흙탕 길 이런 곳들을 여러 번 지나쳤다. 이미 까만 하늘 높이 걸린 달. 반 이상 줄어든 그들의 부대는 띄워진 남준의 불씨와 푸르른 정국의 결계 빛에 의지해 발을 내딛는다. 선두에서 이끄는 남준과 계속해 통신을 주고받으며, 정국은 기다랗게 줄지어진 행렬의 뒤를 지킨다. 남으면 안 될 흔적...
*민뷔 요소가 있습니다. 태형의 눈동자가 도르륵 구르다 한 번 깜박인다. 병동 건물 옆에 자리한 이름 모를 나무 하나를 빤히 올려다보던 태형이 손을 뻗었다. 늘어져 닿기에 가까운 가지가 아닌 푸른 빛 더 촘촘한 가지를 까치발 지어 툭 꺾었다. 손에 넣은 것을 찬찬히 훑는다. 뼈마디만 남았던 겨울 가지에 파란 새순이 움텄다. 이 나무는 포르티스에서 유일히 새...
야 너는 왜 말을 안 하고….. 태형의 손 움킨 정국의 손가락 사이사이로 피 흘러 바닥으로 느리게 떨어지고, 호석은 굳은 얼굴로 말 중얼였다. 몸을 일으켰고, 태형은 붙들린 제 손도 어딘가 향하는 호석도 아닌 정국을 바라본다. 눈꺼풀 내리깐 채 손 살피는 그 애는 아무런 표정이 없고… 다만 그 얼굴이 지나치게 하얘서. 하얀 무표정에서 감정 읽어보려는 태형은...
얼굴의 물기 훔쳐 축축한 수건을 어깨에 걸친 채 정국은 태형의 방 앞에 서있다. 문에 기대 선 짝다리와 팔짱 낀 자세가 다소 건들거리는 듯 보이나, 바닥 아무곳 향한 눈빛은 사뭇 묵직하다. 쥐새끼 너구리 다 하다 밤엔 남의 이부자리 찾아드는 도둑고양이 된 걸 주워줬더니, 아침에 비워진 옆자리 보곤 기분이 퍽 상했다. 생소한 감각에 깨기를 여러 번, 지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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